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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서울씬기행] 래퍼가 들어가지 못하는 클럽

DATE. 2021.02.26.

서울씬이란? 서울은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다. 강북과 강남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사람들은 거미줄처럼 이어진 지하철을 통해 서울 구석구석을 오간다.

어떤 학자는 경기도와 의정부 인근을 합쳐 ‘대서울’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 주변의 위성 도시들이 서울 생활권과 밀접하게 연결된 점을 감안한 제안이다.

서울은 한국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때로는 한국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서울씬이란 ‘서울’이란 지명과 장소, 순간을 의미하는 ‘씬scene’을 합쳐서 만들어낸 조어이다.

서울에서 무너지고 사라지고, 또 생겨나는 공연장, 펍, 카페, 전시장, 영화관 등을 이 서울씬이라는 의미 구조 안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헨즈클럽

이 클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3가지 장면이 필요하다.

우선 2002년 5월생 여성 래퍼인 유시온Yuzion이 2019년 4월 유튜브에 업로드한 ‘Henzclub (Feat. Hu57la)’ 이란 뮤직 비디오를 보자. 이 노래에서 유시온은

나만 Henzclub 못 가

너네들은 x까

너넨 갈 수 있잖아

음악 듣고 싶은데

나도 춤추고 싶은데

2만원도 있는데

나만 못가

나만 Henzclub 못가

라고 랩을 했다.

두번째 장면은 2015년 12월 16일 있었던 기나긴 사람들의 줄이다. 100명이 다 들어가기에도 비좁은 힙합 클럽 앞에 끝도 없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된 것은 파티 크루 데드앤드의 킹맥이 ‘오늘밤, 데드엔드 사고 칠 예정’이라는 한 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기 때문이다.

그날 밤의 사건은 세계적인 인지도의 DJ인 스크릴렉스의 게릴라 파티였다. 이날 좁은 헨즈클럽은 수많은 사람들의 열기로 가마솥을 방불케했다.

세번째 장면은 2016년 이제는 고인이 된 설리가 컵을 들고 클럽에서 춤을 추는 사진이다. 당시 SNS에서 핫했던 인플루언서답게 곧 그녀의 사진은 각종 커뮤니티로 옮겨졌고 그녀가 춤추는 클럽이 헨즈클럽이라는 사실도 퍼져나갔다.

19세 미만은 들어가지 못하는 홍대 앞 작은 클럽인 헨즈가 어떻게 세계적인 슈퍼스타의 파티 장소로 선택되게 되었을까. 또 인기 여배우 겸 가수가 주변 눈치를 안보고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는 곳이 되었을까.

다양한 해외 브랜드와 자체 브랜드, 위탁 물건을 판매했던 헨즈숍에서 출발한 헨즈 클럽은 2015년 여름 홍대 앞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인 백윤범이 공개한 클럽 헨즈와 모데시(헨즈 클럽 건물의 5층과 루프탑을 활용한 공간)의 지난 5년을 기록한 아카이브를 통해 이런 질문들의 답을 나름대로 찾아볼 수 있다.

또 헨즈 클럽의 오너이자 디렉터인 황재국씨와 스트리트 매거진 VISLA와의 인터뷰에서 헨즈가 어떻게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자리잡게 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비슷비슷한 클럽씬에서 자신들만의 언더그라운드 왕국을 세웠던 헨즈.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헨즈가 코로나 이전에 이미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황재국씨는 버닝썬 사건 이후로 클럽 운영이 힘들었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경찰 여덟명이 하루에 세번씩 들이닥칠 때도 있었다. 갑자기 음악 끄고 조명 켜고 조사하기 시작하면 그날은 완전히 조지는 거지. 얼마 전에는 손전등 30개 중 2개의 배터리가 다 됐다고 몇백만원 짜리 벌금 딱지를 끊었다.”

황재국씨의 증언에서 이 사회가 클럽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얼마나 부정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버닝썬 사건에서 다뤄졌던 ‘부비부비’ 클럽과 헨즈, 케이크샵, 벌트와 같은 언더그라운드 클럽 간의 차이는 분명하다.

(물론 헨즈라고 해서 술을 안 마신다거나 ‘부비부비’를 안하는 ‘건전한’ 클럽이거나 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홈보이의 ‘헨즈클럽(Feat. Seoul Metro Boomin / Prod. by haruhi)’를 참고하자)

이들 클럽들은 MD가 없고 테이블이 없다. 음악을 듣고 내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주가 되는 클럽과 술 마시고 헌팅하는 것이 주가 되는 클럽은 한국 문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다르다. 경찰이나 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결국 모두 다 똑같은 클럽일 뿐이다.

이런 클럽이 중요한 이유는 VISLA의 인터뷰어가 말했듯이 ‘래퍼, 스케이터, 모델,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젊은 창작자가 드나드는 클럽’이 바로 헨즈이기 때문이다.

헨즈가 사라지면 이 수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공간이 사라지게 된다. 헨즈 클럽에서 생겨난 프로젝트와 작업들이 얼마나 많을지는 짐작만 할 뿐이다. 헨즈는 단순히 춤을 추는 곳이 아니라 문화의 용광로 같은 곳이다.

홍대 앞이 문화적으로 죽었다는 말은 10년전부터 있었다. 홍대 앞이 죽었다기보다는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다는 말이 맞다. 홍대 앞이 죽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홍대를 떠나고 새로운 세대가 홍대를 차지한다.

과거에 홍대를 대표했던 클럽인 툴, 조커레드, 카고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이태원의 케이크샵, 피스틸, 합정동의 테크노 클럽 VURT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홍대가 차지했던 위상이 이태원과 합정동으로 옮겨갔다. 문화의 연속성은 이런 방식으로 이어져간다.

우리가 사랑했던 그 클럽은 언젠가는 사라지게 마련이다. 헨즈 클럽도 코로나로 인한 영업 정지로 인해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헨즈클럽과 클럽 모데시는 ‘Save the henz & MODECi’라는 이벤트를 열어 DJ, 아티스트,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참여한 제품들을 프리 오더 방식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모여있던 곳인 헨즈가 사라지더라도, 나만 헨즈클럽 못가라고 랩을 했던 어린 래퍼가 성인이 되어도 언젠가는 다른 클럽이 생겨날 것이다. 사람들과 기억이 있는 이상 씬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씬은 마치 생명체처럼 시간이 지나가면 오래된 세포가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듯이 변해간다. 이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세상에 자신의 오래된 세포가 사라졌다고 슬퍼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된 인간이 되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씬이 영원하기를, 이 클럽에서 춤을 췄던 사람들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한 클럽은 많다. 2만원만 있으면 무료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바로 그곳에 우리는 가보아야만 한다.

그건 그렇고 나만 못가던 클럽 헨즈에 유시온은 결국 들어가게 되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아직 성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DINGO 촬영 덕분에 유시온은 헨즈에 들어가서 자신만의 공연을 펼쳐보일 수 있었다.

 

헨즈클럽

사진 출처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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