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씬기행] 인디씬을 꼭 살려야 할까? – 벨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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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서울씬기행] 인디씬을 꼭 살려야 할까?

DATE. 2021.05.07.

살롱 바다비는 사라졌다. 하나의 클럽이 사라지면 그 클럽에서 공연했던 사람들, 밴드들의 기억과 흔적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언젠가 홍대의 마지막 클럽이 사라지면 우리는 인디 문화를 기록에서만 보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이 올지 안 올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미지는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살롱 바다비

살롱 바다비는 홍대에 2004년 문을 연 라이브 클럽이다. 시인인 우중독보행씨가 주인으로 있었던 살롱 바다비는 높아진 임대료와 주인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바다비 네버다이’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공연은 2011년 9월 15일부터 25일까지 총 137팀의 뮤지션들이 참여해 살롱 바다비가 홍대를 대표하는 클럽 중 하나임을 증명했다.

당시 크라잉넛, 장기하와 얼굴들, 이한철과 같은 유명 뮤지션과 바다비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던 십센치와 장재인도 참여했다. 이 기획은 클럽이 아니라 뮤지션과 관객 측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던 기획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 공연은 바다비뿐만 아니라 브이홀, 이리까페, 씨클라우드, 오뙤르, 클럽타, 요기가 갤러리, 롤링홀, AOR등에서 열렸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에도 있었다.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홍대 라이브 클럽 5개에서 67개 팀이 공연을 했다. 공연 수익은 클럽에 돌아가는 형태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이때 모금된 금액은 5000만 원 이상이었다. 이 공연은 코로나 속에서 힘들어하는 많은 클럽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이 되었다.

살롱 바다비는 비록 코로나 상황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날로 높아져만 가는 홍대 상권의 임대료 탓에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있었다. 2011년 당시의 위기는 ‘바다비 네버다이’ 공연을 통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이후 살롱 바다비는 어떻게 되었을까. 2015년 4월 문을 닫았다. 정확히 바다비가 문을 닫은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다른 공연장의 폐업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문을 닫은 ‘씨클라우드’란 공연장은 크게 오른 임대료와 인디 음악 전반에 대한 회의에서 폐업의 이유를 찾았다. 어떤 공연장이든 문을 닫는 것에는 지속 가능한 영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섣불리 올릴 수 없는 대관료 대비 운영비와 임대료가 치솟는다면 차라리 영업을 접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그런데 살롱 바다비는 왜 제2의 ‘바다비 네버다이’ 공연을 열지 않았을까. 언발에 오줌누기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생존의 시간을 연장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전에 먼저 생각해봐야 할 일이 있다.

왜 인디 공연장을 살려야 할까?

따지고 보면 인디 공연장은 공공시설이 아니라 개인의 사업장에 불과하다. 개중에는 공연장이 아니라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도 많아서 공연을 하는 것 자체가 제도권 밖에 있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마포구청에서 해당 공연장에 단속을 나와서 “일반음식점에서 공연하는 건 칠순잔치 정도다”란 발언을 할 정도였다.

이들 공연장을 살려야 하는 이유로는 유명 인디 밴드들의 인큐베이터이므로 살려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하지만 해당 공연장에서 전속으로 공연을 한 것도 아니고 여러 공연장을 돌면서 공연을 한번 정도 해왔던 것을 두고 인큐베이터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과장이 있다. 더군다나 그렇다면 인디 밴드들은 꼭 유명해져야만 보호할 가치가 생긴다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명해지는 밴드보다 그렇지 못한 밴드들이 훨씬 많다. 인디 중에서도 인디에 속해서 관람객들조차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1년에 한 번 공연을 하거나 취미로 어쩌다가 공연을 하는 밴드도 있을 법하다. 이런 밴드들의 경우에도 보호의 논리가 작용해야 할까? 작용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뭘까?

인디 문화는 홍대에서 발생하여 20년 넘게 유지되어 왔지만 정작 일반 대중의 시야에 들어있지 않은 문화다. 주변에 물어봐도 홍대 라이브 클럽에 가서 공연을 본 사람이 열 명 중 한 명도 안될 것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인디 문화는 공연자와 관람객, 클럽끼리만 아는 그들만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살롱 바다비의 경우에도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자주 드나드는 관객과 밴드들로 이루어진 일종의 문화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들은 공연 기획을 하거나 스페인어 강좌 같은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 기획들을 펼쳤다.

관람객이 없는 공연을 계속해나간다는 것은 그 공연 관계자를 제외하고 누구에게 득이 되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획자가 좋아서, 밴드가 좋아서 공연을 한다면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꼭 나서서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논리가 동원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디 공연은 적은 수의 관객들이 좋아하는 대로 좋아하는 만큼 개최해서 즐기면 될 일이다. 평소에는 인디 공연에 관심이 없는 사람까지 마치 어떤 의무감이 존재하는 것처럼 “~을 살려야 한다”는 운동에 동참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글을 쓰는 나도 인디 문화가 좋고 수시로 공연을 보는 코어 관객이지만 그렇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살롱 바다비는 사라졌다. 하나의 클럽이 사라지면 그 클럽에서 공연했던 사람들, 밴드들의 기억과 흔적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언젠가 홍대의 마지막 클럽이 사라지면 우리는 인디 문화를 기록에서만 보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이 올지 안 올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 안타까운 미래가 온다면 나도 “~를 살려야 한다”라는 운동에 참여하고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요청하게 될지도 모른다. 설령 그런 미래가 도착하더라도 인디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은 잊지 않아야 한다.

인디는 인디펜던트 – 독립적인 문화다.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주류 문화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문화다. 주류 문화의 가수들처럼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아도 자생적으로 살아남고, 그렇게 살아남아야만 하는 DIY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그들의 선의 혹은 동정으로 지속되는 문화는 엄밀하게 말해서 인디 문화라고는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수는 적지만 속은 옹골차서 주류 문화로부터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개의치 않고 자신들만의 길을 가는 인디 관계자들이 많다. 그들은 밴드일 수도 있고, 공연장 주인일 수도 있고, 일개 개인일 수도 있다. 이들이 공유하는 가치는 결코 “~를 살려야 한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인디 밴드가 있다면 어떨까. 이런 밴드도 우리가 보호해줘야 할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 중 하나에 속할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할 것이다.

이 밴드가 누구의 도움을 구하지 않고, 정부나 주류 문화 단체에 속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때 그들을 인디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영원하길 비는 인디는 바로 그런 종류의 문화다. 자생적인 생명력으로 꾸준히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by 벨레 매거진

 

살롱 바다비

사진 출처 :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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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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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ate borsası2023.05.11. /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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