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장보기 마켓컬리 – 벨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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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행복한 장보기 마켓컬리

DATE. 2021.06.09.

결국 마켓컬리는 고객의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잘 이해한 기업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다른 서비스에 비해 좋아 보이는 상품, 맛있는 상품, 멋있는 패키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고객에게 탁월한 서비스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 홈페이지

 

일주일에 세 번 불고기 백반, 어느 1인 가구의 식단

신대방역 근처에서 혼자 살 때 나는 장군 불고기라는 백반집에서 저녁을 자주 먹었다. 6,000원짜리 불고기 백반을 시키면 달궈진 무쇠 접시 위에 양파와 맛난 불고기가 한 움큼 올려져 나오고, 뒤이어 풍성한 쌈 채소와 무생채 그리고 된장국이 같이 나온다. 불고기를 쌈에 싸서 먹으면서 따뜻한 국물도 같이 먹을 수 있는 불고기 백반은 한 끼 식사로 그만이어서 당시 나의 소울 푸드였다.

이 백반을 먹지 않는 날에는 건강을 생각해 파리바게트에서 샐러드를 사 먹었고, 주말이면 특식으로 국밥이나 죽 등을 종종 사 먹었다. 혼자 자취를 하는 8년 동안 나는 항상 근처 식당에서 밥을 사 먹었다. 집밥은 희미한 추억이 되었고 동네 식당의 메뉴들이 나를 가득 채웠다.

오랫동안 바깥 음식을 섭취한 나는 점점 살이 쪘고, 주기적으로 위장병이 찾아와 동네 의사 선생님과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내가 좋은 식재료를 사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을 전혀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종종 이마트나 시장에 들러 호기롭게 대파와 양파 그리고 한 무더기의 샐러드를 샀었다. 하지만 요리가 익숙하지 않은 나는 떡볶이와 소시지 야채 볶음 그리고 샐러드 서너 번을 만들어 먹은 게 전부였다. 결국 남은 식재료들은 빠르게 시들어서 끝내 먹지 못할 상태가 되어 모두 버려야만 했다.

나의 집밥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주변의 먹고 마시는 문화가 1인 가구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마트나 시장의 식재료들은 4인 가구 기준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1인 가구에서는 필요한 양보다 더 큰 비용을 내고 더 많은 양을 사야 했다. 나는 필요한 음식을 몇 번 만들어 먹고 남은 재료를 버리는 경험을 되풀이했다. 결국 나는 집밥을 포기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장기간 외식하는 삶을 살아왔다.

 

홈 파티와 마켓컬리

마켓컬리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게 된 계기는 3년 전 거실이 있는 공간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다. 응접실이 생겨 신이 난 나는 홈 파티를 기획하고 지인들을 초대했다.

나는 마켓컬리에서 신선한 식재료와 맛있는 밀키트를 구매하여 홈 파티 음식을 준비했다. 배달 음식이 훨씬 편하고 맛있을 수도 있지만 나만의 공간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되도록 내가 직접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홈 파티는 대성공이었다. 마켓컬리에서 산 파스타 재료와 소고기는 근사한 알리오 올리오와 스테이크로 변신하였고, 유명 제과점의 다양한 디저트는 센스 있는 후식이 되었다. 내가 직접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즐기는 지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나에게 마켓컬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특별한 추억을 남기는 하나의 이벤트였다.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라이프 스타일 마켓컬리

코로나라는 불청객이 불쑥 찾아오고 나는 1년 동안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었지만 대체로 자극적이라 다이어트와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곳저곳에서 장을 보며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날을 위한 이벤트였던 나의 요리는 재택근무로 인해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가 심각해지자 오프라인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 것이 부담이 된 나는 홈 파티와 데이트용 음식을 살 때만 이용했던 마켓컬리에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 마켓컬리의 식재료들은 대부분 1~2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이 되어 있어 재료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마켓컬리는 초보 요리사인 나를 감동시키는 상품들이 많았다. 요리를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는 밀키트, 데우면 조리가 끝나는 완전식품, 그리고 다이어트와 건강에 필요한 다양한 간편식이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나는 마켓컬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식재료를 통해 더 합리적이고 편리하면서 맛있게 요리할 수 있게 되었다.

[소포장된 야채와 조리가 편리한 밀키트]

나는 주로 목요일과 금요일에 마켓컬리에 접속하여 주말에 요리할 음식을 떠올리며 장을 본다. 주말의 만찬을 떠올리며 품목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행복한 감정이 올라와 기분이 좋아진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나와 나의 가족을 행복하게 해 줄 맛있는 먹거리를 고르는 일은 꽤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이 행복은 단순히 음식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오지 않는다. 마켓컬리는 식재료를 쇼핑하는 고객의 경험 곳곳에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심었다.

 

나를 위한 장보기를 제안하는 마켓컬리

마켓컬리는 채소나 정육 같은 일반적인 식자재 품목이 강력한 곳은 아니다. 사실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더 합리적인 다른 커머스가 많다. 마켓컬리를 이용하는 고객은 대체로 양파나 대파 같은 필수 식자재만 구매하지 않는다. 나의 경우에는 요리에 필요한 재료뿐만 아니라 나의 작은 행복을 위한 기호 상품을 몇 가지 더한다.

마켓컬리에는 이탈리아에서 온 유기농 콜라, 스페인에서 가장 잘 팔리는 감자칩, 국내 유명 제과점의 빵과 쿠키 등 평소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상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들은 맛과 더불어 상품의 패키지 디자인이 뛰어나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마켓컬리에서 구매한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상품들]

나는 얼마 전 이케아에서 음료 보관장을 사고 나서 거기에 넣을 디자인이 좋은 음료병과 술병을 모으는 취미가 생겼는데, 마켓컬리에는 외국의 카페에서 판매할 것 같은 다양한 종류의 병 음료를 팔고 있어 장을 볼 때마다 조금씩 구매하고 있다. 마켓컬리에서의 쇼핑이 즐거운 이유는 내가 가족의 저녁거리를 위해 장을 봐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나를 위한 좋은 식재료를 고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단순히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마켓컬리가 고급 식료품점이 되어 사람들에게 즐거운 쇼핑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전문 MD의 감각적인 에디팅에 있다.

 

읽지 않던 상품 설명을 읽고 싶은 콘텐츠로 만든 마켓컬리

마켓컬리의 썸네일과 상품 페이지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식료품 마켓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다. 컬리는 상품을 식별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다. 컬리는 그 식재료가 가장 맛있어 보일 수 있도록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한다. 빨간 정육과 시퍼런 고등어조차 멋진 색감과 스토리텔링을 부여하여 상품성을 극대화한다.

이미지 = 마켓컬리 캡처

이와 같은 노력으로 만들어진 상품 설명은 소고기 화보, 계란과 빵을 다룬 푸드 매거진이 되어 고객이 읽고 싶은 콘텐츠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마켓컬리의 상품 설명은 단순히 멋만 부린 것이 아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영리하게 표현한다. 고객에게 상품의 크기를 정확하게 안내하기 위해 상품 이미지에 500ml 음료 캔을 대조하여 보여준다.

컬리의 팁(Kurly’s Tip)이라는 박스에는 해당 상품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MD의 노하우가 안내되어 있다. 또한 유명 맛집 밀키트의 경우 그 브랜드의 성장 스토리를 제시하여 상품의 신뢰도를 높인다.

이처럼 고객은 단순히 컬리의 식재료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콘텐츠까지 섭취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담당 MD의 스토리텔링과 콘텐츠 기획자의 컨셉 촬영 그리고 모든 고객의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웹 퍼블리싱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수준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 내는 일이 결국 마켓컬리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식료품점을 떠올리게 하는 이태원의 ‘보마켓(BOMARKET)’]

 

고객의 작은 불편들을 해소하고 시장을 장악한 마켓컬리

마켓컬리는 2015년에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2020년 약 9,5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빠르게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고, 불과 5년 만에 대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온라인 식료품 마켓에서 선두 서비스가 되었다.

마켓컬리가 이와 같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고객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기준 한국의 총 가구 수는 약 2,300만 가구이다. 이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39%로 약 900만 가구이고 2인 가구의 비율은 21%로 약 500만 가구다. 대한민국 가구의 절반 이상이 1~2인 가구임을 알 수 있다.

대형 마트들은 그동안 1~2인 가구의 취향과 편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이전 4인 가구 위주의 분량으로 식재료를 묶어 판매하였다. 동네 시장에서도 1인분의 재료를 사는 일은 쉽지 않다. 상인에게 바구니에 담긴 것보다 더 적은 양을 살 수 있겠냐고 양해를 구해야만 했고 그나마도 거절당할 수 있다.

2020년에 실시한 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여서 불편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약 42%가 ‘균형 잡힌 식사가 가장 어렵다’고 답할 정도로 소가구를 위한 식료품 시장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마켓컬리는 불만이 가득한 소규모 가족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빠르게 공략했다. 고객의 편리함을 위해 마켓컬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고객이 다른 서비스와 연결된 고리를 끊고 마켓컬리와 연결될 수 있도록 컬리는 고객의 시간을 아끼는데 집중한다. 신선식품은 곧 살아 있는 상품이므로 그 어떤 상품보다도 고객에게 유통되는 시간이 짧아야만 한다.

마켓컬리는 모든 고객이 가장 빨리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모두가 잠든 새벽에 배송하여 고객이 눈을 뜬 아침에 바로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 주로 도소매에서 사용되었던 새벽 배송은 이제 개개인의 문 앞까지 확장되어 생활의 혁신을 가져왔다. 새벽 배송은 바쁜 회사원과 워킹맘에게 환호를 받으며 마켓컬리의 상징이 되었다.

마켓컬리는 합리적인 배송 시간을 구축하여 고객의 편의를 도모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품질 관리와 소포장으로 고객이 상품을 고르는 시간마저 아껴 주었다. 마켓컬리의 상품은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컬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컬리가 시간을 아껴 주는 시스템에 만족하고 있다.

시간 최적화를 통해 디커플링 전략에 성공한 마켓컬리는 쿠팡이나 네이버 쇼핑 같은 거대 종합 쇼핑몰이 아닌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 그리고 향상된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는 경험 상점으로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마켓컬리와 같은 사례를 통해 온라인 커머스는 이제 품질과 신뢰의 문제를 고객이 떠안는 오픈 마켓에서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책임지는 버티컬 스페셜 마켓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객의 행복이라는 키워드

마켓컬리로 장을 본 다음 날은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새벽에 안전하게 배송된 식재료들을 꺼내면서 잠시나마 사랑하는 사람과의 맛있는 저녁 식사 또는 오늘의 일정이 모두 끝난 후 마시는 혼술을 떠올리는 행복을 느낀다.

결국 마켓컬리는 고객의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잘 이해한 기업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다른 서비스에 비해 좋아 보이는 상품, 맛있는 상품, 멋있는 패키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고객에게 탁월한 서비스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향상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수의 팬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그들의 입소문을 통해 대중의 서비스로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마켓컬리는 기본적으로 좋은 상품을 선별하여 판매한다는 이유로 최저가 혹은 적정가를 제공하지 않는다. 또한 빠른 배송을 위한 직매입 상품 관리는 결국 상품의 다양성을 확장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고객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최근 다양한 기업들이 풀 콜드 체인(Full Cold Chain)*을 통해 신선식품 산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당장 마켓컬리보다 더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하면서 새벽 배송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다.

컬리는 이제 더 전문성 있는 물류 관리와 혁신으로 고객의 행복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마켓컬리가 앞으로도 컬리를 이용하는 고객이 최대한으로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면서 고객의 작은 행복까지도 챙길 수 있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by 벨레 매거진

 

* 풀 콜드 체인(Full Cold Chain):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이 발달하면서 사용되는 용어다. 온도 관리가 필요한 상품의 입고부터 배송까지 유통 전 과정을 냉장 또는 냉동 상태를 유지하여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뜻한다. 일반적인 상품에 비해 유지 관리와 상품의 운송 절차가 까다로워서 투자 비용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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