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3) 위대한 탄생 – 벨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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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나는 가수다] (3) 위대한 탄생

DATE. 2021.07.09.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의 길을 모색할 때 가수로의 길은 의외로 쉽게 열린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자신에게 맞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특정한 길에만 집착하는 것은 패인으로 작용하는 일도 있다. 물론 이 둘에게는 기회를 얻어낼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가수가 되고 싶다면?]

3인조 혼성 그룹 라운드어바웃은 남주희, 황진철, 허준서로 이루어져 있는 발라드 지향 보컬 트리오다. 이들은 2010년대 초반까지 국내 가요시장을 주름잡았던 보컬 그룹들의 색깔을 간직하고 있다. 그룹명의 의미는 ‘회전목마’, 회전목마와 같은 추억을 노래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라운드어바웃 중 남주희와 황진철의 이야기를 하려면 MBC <위대한 탄생 3>를 빼놓고 할 수 없다. 그만큼 2명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남주희는 ‘불세출의 여성 로커’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슈퍼스타 K나 K팝스타, 위대한 탄생과 같은 각 방송사들이 회사의 자존심을 걸고 내놓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과거 수많은 가수 지망생들의 데뷔 통로가 되곤 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이돌이나 가수들도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캐스팅되었거나 프로그램 이후 가수의 길로 접어든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포커스’와 같은 포크송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고등래퍼와 같은 힙합 경연 프로그램, ‘라우드’와 같은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 등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만약 자신의 음악이 한 경향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다면 아직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의 꿈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TIP. 오디션 프로그램 = 데뷔의 공식은 여전히 유효

라운드어바웃의 두 멤버, 남주희와 황진철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기 마지막 차를 탄 케이스다. 이들의 경우를 살펴보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수 지망생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기회를 줄 수 있는지 살펴보자.

남주희는 김현식의 ‘사랑 사랑 사랑’을 불렀던 때 김연우로부터 “프로 가수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감정도 정말 좋다”라는 극찬을 받으며 합격했다. 박완규는 “불세출의 여성 로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합격 판정을 내렸다. 김소현 역시 “너무 능숙하게 무대를 휘어잡았다”라고 상찬 했다.

남주희, 황진철은 25세 이상 그룹에 속해 위대한 탄생 TOP 12까지 올랐다. 남주희는 25세 이상 참가자들이 생방송 진출권을 놓고 경쟁을 펼치는 멘토 서바이벌 때 김현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훌륭하게 소화해 칭찬을 받았다.

황진철은 남주희보다 한 번의 생방송을 더 거쳐 TOP 8에 속했다. 3번째 생방송 무대에서 황진철은 인순이의 ‘아버지’를 선곡해 열창했다. 황진철의 무대가 끝난 후 용감한 형제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라고 말했다. 김태원은 “여섯 글자로 표현하겠다. ‘소름이 끼친다’”라는 의미 심장한 말을 남겼다.

3번째 생방송 당시 황진철은 장염 때문에 링거를 맞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3번째 생방송 때 황진철의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된다.

 

TIP. TV에 나올 수 있는 방법

황진철은 프로그램 출연 전에 미국 보스턴 버클리 대학 장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고, 뮤지션 인스티튜트 엘에이에도 입학 허가를 받은 점이 화제가 되었다. 황진철은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귀국했다.

첫 번째 생방송 경연에서 황진철은 유영진의 ‘그대의 향기’를 불러 멘토들에게 “노래 정말 잘한다”, “경지에 오른 느낌”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위대한 탄생에서는 첫 방송에서 한동근이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한 기사에서는 황진철을 한동근의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다뤘다.

안타깝게도 위대한 탄생 3의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금요일 예능프로그램에서 시청률 꼴찌의 성적을 거뒀다. 6% 내외의 시청률을 보이던 위대한 탄생 3는 본격적인 경연 무대인 생방송에 돌입하고 나서도 계속 시청률이 하락했다. 물론 이 점이 위대한 탄생 3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노고와 실력을 폄하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존재할 뿐이다.

남주희가 YB의 박하사탕을 불렀던 영상이다. 남주희의 락커로서의 모습과 감수성을 보여줄 수 있었던 무대였다. 영상 속에서 남주희는 로킹한 사운드 속에서 자신의 매력인 가창력을 거리낌 없이 뽐내고 있다. 그녀가 내지르는 고음은 밴드 음악의 틀을 벗어나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다.

황진철이 ‘포 원스 인 마이 라이프’를 부른 영상이다. 첫 생방송에서 발라드 감성을 폭발시켰던 황진철은 두 번째 생방송에서는 스티비 원더의 곡을 선곡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 곡은 스티비 원더가 그루브를 살려서 불렀던 노래이다. 황진철은 그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스텝을 밟는다거나 하는 모습으로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가수 지망생들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하나는 고정된 음악성에만 치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TIP.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황진철은 흑인 음악을 기반으로 해서 발라드도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남주희는 본래 밴드에서 했던 음악은 블루스와 소울에 가까운 것이었으나 솔로로서의 모습은 로커로서의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의 길을 모색할 때 가수로의 길은 의외로 쉽게 열린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자신에게 맞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특정한 길에만 집착하는 것은 패인으로 작용하는 일도 있다. 물론 이 둘에게는 기회를 얻어낼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오디션이란 기회도 그 기회에 닿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자신이 가수 지망생이라면 과연 자신의 음악성이 어느 쪽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후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디 가수처럼 고정된 음악성에 신념을 갖고 관철해나가는 스타일이라면 경연 대회는 별로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슈퍼스타 K에서 우승한 곽진언처럼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음에도 성공한 경우가 있기는 하다. 성공의 방정식을 단순화할 수야 없다. 길은 여러 갈래이고 어느 것이 맞는지는 직접 부딪혀 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TIP. 음악에 대한 배고픔을 유지하라

이들이 위대한 탄생 3에 닿기까지 쌓아왔던 인생의 궤적, 그것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런 영광의 시간이 있었을까. 기회는 언제나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는 법이다. 황진철과 남주희가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열정, 절박함, 절실함이 겉으로 드러나보였기 때문에 위대한 탄생에서의 결과도 있었다.

황진철은 위대한 탄생 3 출연 이후 소속사에 잠깐 몸을 담고 곡을 발표했지만 생각만큼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그는 위대한 탄생을 정점으로 음악 인생이 고달픈 길을 갔다고 토로했다. 아마든 프로든 상관없이 음악을 계속해 나간다면 만족한다는 의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황진철의 미래는 현상유지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음악적 완성도는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사회적 평판이나 누군가에게 홍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의 이야기로는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음악적 완성도는 너무 많이 멀었다. 거기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다” (황진철)

남주희는 어땠을까. 그녀에게 음악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까.

“음악 안 했으면 베짱이, 한량이 되었을 거다. 만약 결혼해서 주부를 했다면 잘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음악이 없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음악 빼면 아무것도 없는데’라는 느낌으로 사는 사람이다” (남주희)

둘은 벼랑에 서 올라 있는 자세로 음악을 대해왔다. 결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 걸어가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라운드어바웃이다. 라운드어바웃은 아직 위대한 탄생을 넘어 그 이상을 이루기를 기다리고 있다. by 벨레 매거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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