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뭐볼까] 나쁜 동화의 반란 – 벨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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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오늘뭐볼까] 나쁜 동화의 반란

DATE. 2021.07.19.

[영화 <크루엘라>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다소 디즈니스러운 약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재미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영화 크루엘라는 기본적으로 캔디 스토리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어렸을 때는 온갖 구박을 다 당하다가 커서 성공하고 행복해진다는 스토리다. 이 영화가 완벽한 디즈니 영화로의 길을 피한 것은 로맨스가 없었던 덕분이다.

크루엘라는 디즈니의 고전인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에 등장하는 악당인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실사 영화이다. 영화 시작부터 검은색 배경에 디즈니 성을 배치시키는 이 영화는 여성 빌런의 탄생기를 그리고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크루엘라 드빌은 머리카락이 반은 흑발이고 반은 백발인 기묘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더군다나 두꺼운 모피 코트를 걸치고 달마시안 강아지들을 도살해 코트로 만들어 입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디즈니는 완전한 악역을 그리는 법이 없다. 악당의 탄생기를 그리고 있지만 영화 조커처럼 자신을 부정하고 파괴적으로 반응하는 모습 대신 말썽쟁이 어린아이, 하지만 천재적인 패션 센스를 가진 아이의 유년기를 보여준다. 크루엘라는 외부모 가정에서 자라며 학교에서 온갖 말썽을 부려 퇴학당하기에 이른다.

크루엘라의 어머니는 런던으로 가서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한다. 크루엘라는 어머니 친구 집에서 열린 파티에 무의식적으로 끌려 들어가 난장판을 만들어내고 혼란 와중에 어머니는 절벽에 떨어져 죽는다. 고아가 된 크루엘라는 도시의 소매치기인 재스퍼, 호레이스와 가족이 되어 도둑질을 하며 자라난다. 그의 패션센스를 아깝게 여긴 재스퍼가 그녀에게 고급 백화점 일자리를 소개해준다. 여기서 뛰어난 패션 디자이너 남작 부인을 만난 크루엘라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크루엘라는 2가지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하나는 어머니의 말에 순종하고 자신의 꿈을 소박하게 꾸는 에스텔라이다. 다른 하나는 탐욕스럽게 성공을 지향하며 온갖 정신 나간 짓을 벌여대는 크루엘라다.

에스텔라는 크루엘라로서의 자신이 어머니를 죽인 원인이 되었다는 죄책감에 검은색과 흰색의 머리를 빨갛게 염색하고 살아간다. 그녀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개를 좋아한다. 학교에 다닐 때 괴롭힘을 당해 떨어진 쓰레기통에서 유기견을 주워 ‘버디’라는 이름을 지어 키운다. 이 개는 재스퍼와 호레이스가 데리고 다니는 애꾸눈 개인 ‘윙크’와 함께 주인공 일행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여성의 광기 어린 모습을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처럼 묘사했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진짜 악당으로 나오는 남작 부인은 주변 사람들을 핍박하며 궁지로 몰아넣으면서 그들의 디자인을 자신의 브랜드로 발매하기에 바쁘다. 남작 부인은 본래 지닌 엄청난 부에 자신의 실력을 쌓은 부와 명예, 권력을 더해 패션계의 절대자로 군림한다.

에스텔라는 어떻게든 남작부인의 눈에 들어 자신의 재능을 펼쳐 보이기를 원하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남작 부인은 에스텔라가 ‘뭔가 다른 것’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에스텔라에게 남작 부인은 롤모델이면서 극복해야 할 적이고, 알고 보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그녀와 가까운 사람이다.

에스텔라는 남작부인의 성공론에 동조하며 자신의 본래 모습 – 크루엘라로 변해 런던 패션계를 주름잡기 시작한다. 크루엘라의 온갖 계획을 도와주는 재스퍼와 호레이스는 에스텔라와는 너무도 다른 크루엘라의 모습에 학을 떼지만 유사 가족으로서의 의리로 그녀를 버리지 않는다.

이런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적이 여성으로 등장하며, 크루엘라를 극 종반에서 도와주는 캐릭터는 남성이라는 점은 디즈니의 성차별적 의식이 여전함을 암시하는 듯하다. 아무리 크루엘라가 할리퀸을 연상시키는 비쥬얼과 행동 묘사를 가지고 있다 해도 디즈니 영화가 DC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디즈니는 디즈니만의 톤 앤 매너를 완전히 버리지 않는다.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며 크루엘라를 악당이 아니라 선역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안이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크루엘라가 자기 자신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악당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조금씩 희석되어 간다. 영화는 빌런의 탄생을 그리기보다는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평행 우주 세계를 그려내는 데 더 주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크루엘라는 전혀 크루엘라답지 않다. 에스텔라를 죽이고 크루엘라만 살아남지만 그 크루엘라는 머리가 반은 하얀색이고 반은 검은색인 것처럼 절반은 에스텔라의 영혼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다소 디즈니스러운 약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재미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영화 크루엘라는 기본적으로 캔디 스토리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어렸을 때는 온갖 구박을 다 당하다가 커서 성공하고 행복해진다는 스토리다. 이 영화가 완벽한 디즈니 영화로의 길을 피한 것은 로맨스가 없었던 덕분이다.

이 영화에서 남자 캐릭터는 어디까지나 조력자로만 등장한다. 여성과 대등하게 맞서는 악당이나 선역으로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로맨스 대신에 모녀간의 애틋한 감정, 개와 인간의 교감에 더 집중한다.

에스텔라가 염색 대신에 빨간 가발을 쓰고 크루엘라 행세를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왜곡된 슈퍼맨 영화이기도 하다. 남작 부인은 에스텔라가 빨간 머리를 했을 때만 알아보고 검은색과 흰색의 머리를 했을 때는 알아보지 못한다. 에스텔라일 때는 슈퍼맨의 주인공이 평소에는 나약한 신문기자였던 것처럼 남작 부인의 명령에 순종한다. 자신의 본래 머리 색깔로 돌아가면 크루엘라로 변신해 런던 패션계에서 남작 부인을 몰아내는 일에 열중한다.

영화는 2차 대전이 끝난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TV는 있지만 흑백이고 카메라를 든 기자의 모습은 레트로하기 그지없다. 60년대 당시의 펑크 문화를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부분도 있다. 크루엘라가 선보이는 급진적인 의상은 찢어진 옷과 쇠사슬, 옷핀으로 고정한 남루한 옷차림을 패션계에 도입했던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연상케 한다.

또 극 종반에서 콘서트와 패션쇼를 합친 듯한 행사를 보여주는 장면에선 호레이스가 펑크족처럼 머리를 빨갛게 염색하고 나오기도 한다. 이 영화는 영국의 60~70년대에 바치는 패션적, 음악적 헌사이다.

특히 패션 디자이너로서 크루엘라를 도와주는 ‘아티’의 모습에서 당시를 풍미했던 유니섹스의 경향을 엿볼 수도 있다. 아티는 남자이지만 여자처럼 화장하고 옷을 입는 일종의 게이 캐릭터다. 물론 그가 게이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그가 60~70년대 히피 문화에서 그대로 빠져나온 인물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영화는 눈도 즐겁고 귀도 즐겁다. 영화 내내 70년대를 대표하는 명곡들이 흐르는 가운데 남작부인과 크루엘라의 패션 대결이 이어진다. 클래식 록 음악에 향수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영화관에서 선택했을 때 후회할 영화도 아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잘 짜여진 스토리라인이 위기에서 또 다른 위기로 옮겨 다닌다. 추천을 원한다면 당연히 예스다. by 벨레 매거진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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