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뭐볼까] 하마베 미나미의 행복 – 벨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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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오늘뭐볼까] 하마베 미나미의 행복

DATE. 2021.07.22.

[영화 <사사차차>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네 명의 연기자가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한 가치가 있다. 부지런한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 만화를 한번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취향과 나이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이하 사사차차)는 본래 ‘아오하라이드’란 만화로 유명한 사키사카 이오의 동명작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사사차차는 일본에서는 실사화 극장판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다.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먼저 개봉했고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나중에 개봉한 것이 차이다.

사사차차는 친구 ‘아카리’와 ‘유나, 아카리의 이복동생 ‘리오’, 유나의 소꿉친구 ‘카즈오미’가 펼쳐내는 4각관계를 그리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에는 아카리 역을 맡은 ‘하마베 미나미’와 리오 역을 맡은 ‘키타무라 타쿠미’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 같이 출연한 이후 다시 한번 만나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란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이후로 하마베 미나미가 출연한 ‘철벽 선생’에 이어 ‘사사차차’까지 관람하게 됐다. 개인적인 감상과 시청 유래를 제쳐두고 이 영화를 평가하자면 사람에 따라서는 2시간 동안의 고문에 가깝다.

원작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대사 하나까지 그대로 따라가는 섬세한 감정선에 감탄하겠지만 사전 지식 없이 보는 사람에게는 오글거리는 상황의 연속이다. 주된 이야기는 주인공 4명의 사랑이 현실의 벽 앞에서 어떻게 제자리를 찾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끈질기게 조명하고 있는 감독 미키 타카히로의 시선은 장인정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 장인정신은 10대 청소년들의 사랑과 관계 형성에 치우쳐져 있다.

이를 문제로 볼지 말지는 관객의 성향이 어떠하냐 혹은 나이가 이들과 비슷하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사사차차는 원작부터가 10대 독자를 상정하고 그려진 청춘물이다. 때문에 일본의 청춘물이 보여주는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고역일 수 있다.

본래는 10~20대 관객들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30대 관객이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애초에 잘 알아보고 예매를 했어야지”란 지청구를 들을만한 일이다. 영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성별과 나이를 초월해서 이른바 ‘대중’의 취향에 포커스를 맞추는 일이다. ‘대중’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또 정말로 평자는 자신의 성별과 나이를 초월할 수 있는지가 의문시되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대중’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영화는 아니다. 아카리와 리오가 이복남매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리오가 아카리에게 키스를 하는 등 초중반에는 빠르게 진행되던 스토리가 후반부에 가서 아카리와 카즈오미를 엮어주기 위해 여러 길을 둘러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를 좋아하는 카즈오미가 이를 반대하는 부모와의 관계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아카리가 이를 뒤에서 뒷받침해준다는 것은 영화 내적으로는 충분히 성립할만한 이야기다. 그러나 둘의 사랑을 완결시키기 위해서 2시간 가까이 영화를 지켜봐야 하는 관객의 입장으로서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빛을 발하는 것은 주연을 맡은 4명의 남녀 배우가 펼치는 열연 덕분이다. 특히 하마베 미나미와 키타무라 타쿠미는 이복남매라는 한국의 막장 드라마 같은 설정 속에 갇혀 있지만 나름대로의 현실감을 획득하려고 노력한다. ‘리오’, 키타무라 타쿠미가 하마메 미나미를 좋아하고 이 때문에 갑작스럽게 키스까지 시도하는 장면은 그의 팬이 아니고서는 쉽게 참고 넘길 수만은 없는 모습들이다. 이런 장면까지 영화적으로 완성해내는 것은 연기자들의 내공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마베 미나미는 겉으로는 밝지만 속으로는 자존심이 강해 예전 남자 친구에게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 비었다”는 폭언을 듣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그녀의 연기는 이전 영화에서처럼 귀엽고 청순하다. 2번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3번째 결혼을 지키기 위해서 혼자서 무리하고 있는 아카리의 모습을 그녀는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하마베 미나미는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20살이 된 지금까지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아왔다. 혹자는 그녀에게 대히트를 한 대표작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녀를 찾는 영화업계, 드라마 업계의 러브콜이 계속되는 것은 그만큼 상품성이 있다는 의미다. 하마베 미나미 스스로도 중학생 때의 추억이 없다며 영화 시사회 때 울 정도로 고된 연예계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사사차차에서 하마베 미나미의 역할은 현실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과 겹쳐져 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청순한 얼굴의 여배우만이 아니라 카케쿠루이 같은 도박을 다룬 영상에서 광기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이기도 하는 그녀는 자신의 일에 깊게 천착하는 어엿한 연기자다. 사사차차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100% 살려주는 영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스카우트되어 2008년 가수 데뷔를 통해 연예계에 들어온 키타무라 타쿠미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첫 주연을 맡고 이 작품으로 3개의 상을 받으며 일본 내에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그는 드라마 ‘이웃집 가족은 푸르게 보인다’에서 동성애자 역할을 맡는 등 연기에 있어서도 진지한 노선을 추구하는 배우다.

키타무라 타쿠미는 어딘가 우울해 보이는 분위기를 가진 미남이면서도 연기에 있어서도 열정을 잃지 않는다. 사사차차에서 키타무라 타쿠미는 이복 누나를 좋아하다가 그의 친구인 유나에게 빠지게 되는 ‘왕자님’ 역할을 맡고 있다. 유나가 어렸을 때부터 봤던 동화책에 나오는 왕자님이 리오, 키타무라 타쿠미와 닮아 있었다는 설정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 주변과는 유리된 상태에서 불치병을 앓고 있는 하마베 미나미와 비밀스러운 사랑을 키워나갔던 그는 사사차차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굳게 다지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사사차차의 키타무라 타쿠미는 초반에 나온 ‘왕자님’ 이미지 때문에 다소 정형화된 캐릭터로 보인다. 이러한 선입견을 뛰어넘고 청춘의 모습을 꾸밈없이 연기하는 키타무라 타쿠미는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배우다.

카즈오미 역할을 맡은 아카소 에이지는 현재 27세로 다른 배우들에 비해 나이가 든 편이다. 그럼에도 이야기 속에서 겉돌지 않고 10대 연기를 훌륭하게 선보이고 있다. 178센티미터의 큰 키에 시원시원한 인상을 가진 그는 사사차차에서 영화를 좋아하지만 배우가 되겠다며 대학을 그만둔 형 때문에 섣불리 자신의 꿈을 말하지 못하는 카즈오미를 맡고 있다.

카즈오미는 키타무라 타쿠미나 하마베 미나미에 비해 비중이 적은 역할이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립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 사정 때문에 번민을 거듭하는 소년의 이미지를 그는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유나역을 맡은 후쿠모토 리코는 하마베 미나미와 동갑인 20살이다. 더군다나 하마베 미나미와 같은 소속사인 도호 예능에 속해 있어서 이번 영화를 포함해 5편의 영화에 같이 출연했다. 항상 아래를 내려다보고 자신감이 없는 캐릭터를 맡은 후쿠모토 리코는 사랑을 고백하고 차이고 고백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변화시켜나간다.

다소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초기 설정에서 벗어나 캐릭터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묘사해나간다는 점에서 후쿠모토 리코는 기능적인 측면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다만 변화의 과정이 다소 도식적으로 보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는 연기자의 문제라기보다는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다.

이 네 명의 연기자가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한 가치가 있다. 부지런한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 만화를 한번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취향과 나이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by 벨레 매거진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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