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theless, continue your journey – 벨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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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Nevertheless, continue your journey

DATE. 2021.08.03.

여행 별거 없다. 어디로 꼭 떠나야만 여행인가? 삶 자체가 여행이지. 하루가 될지 몇십 년이 될지도 모르고, 목적지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조차 모르겠는 나의 미완의 여정에서 바라는 것은 한 가지이다. 매일 꽃길이 펼쳐지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가시밭 길을 지날 때. 그 속에서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무언가를 꼭 발견해 낼 수 있기를.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10(완)_>

– 메이 Last Part_

메이 #22. 태풍이 와도,

누가 그러던데, 바르셀로나는 내가 마치 날씨 요정이라도 된 것처럼 365일 중 300일이 맑다고. 겨울에도 따뜻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이곳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며칠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상한 장마기간에 입실한 손님들에게 걱정스레 말을 건넨다.

“진짜.. 특별한 바르셀로나를 보고 가는 거예요!”

다소 오버스러운 텐션으로 흐린 날의 희소성을 강조하였고, 그것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랐다.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우중충한 하늘 때문인지 집도 내 마음도 어둑어둑하다. 집에서 쉬고 있으려나 했지만 다들 비바람 치는 날씨에 어딜 간 건지 텅텅 비어있다. 늦은 오후.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왔고, 그들은 네타 해변에 산책을 가서 날려가는 듯 한 재난사진을 찍었다고 깔깔거리며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제야 알았다. 이들의 여행은 태풍에도 불구하고 마냥 즐겁다. 프로 여행러처럼 비를 흠뻑 맞고도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왔고, 집으로 들어와서는 뿌옇게 김 서린 안경으로 우리에게 즐겁게 인사를 한다. 여느 때와 같이 매일 저녁이면 거실에서 조촐한 파티가 열렸고, 앨리스 표 떡볶이, 해물라면으로 우리는 따뜻하고 즐거웠다.

증류수요정, 장남찡용이, 시인정지용, 미모막냉아앵, 궝궝해, 웃음지뢰화녁, 꽃을든승우, 일박은아쉬훈. 이들 기억 때문이었을까. 잠깐 집을 비우고 앨리스와 프랑스 툴루즈로 여행을 갔을 때 비슷한 날씨를 만났지만, 우리는 비 오는 날 물웅덩이를 만난 장화 신은 아이처럼 철 없이? 해맑을 수 있었다. 날씨가 흐리다면 본인이 맑아지면 된다.

 

메이 #23. 소소한 에피소드

(1) 한 부자가 체크인했다. 예약자 ‘장 훈’. 아들분께서 예약을 주셨겠거니 하며 다음날 아침식사 때 친근하게 “훈아”라고 불렀는데 “아… 제가.. 훈입니다.”라고 머쓱해하며 답하는 아버님. 여행으로 모두가 친구 될 수…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2) 귀염둥이 우주&인 남매는 여행 중 다툼이 잦았다고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집에서는 싸움 금지거든.) 같이 있을 땐 서로 불평하며 혼내달라고 하소연하지만, 떨어져 있을 때 서로를 걱정하고, 칭찬하고, 또 미안해하던 츤데레 현실 남매. 그래서인지 더 예쁜 남매로 기억되었다. 후자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굳이 말을 전하지 않아도 알겠거니 한다.

(3) 세상 참 좁다. 서울에서 9615Km 떨어진 이곳에서 방명록으로 “반갑다. 친구야!”처럼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를 찾은 적이 있다.(십수 년 전,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의 친구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면 동년배 인증.)

고등학생 때, 급히 유학을 떠나 연락이 끊겼었던 친구의 이름이 방명록에 적혀있는 것을 보고 설마 했는데 그 친구에 대해 두세 가지 특징을 설명했더니 본인 친구가 맞다고 확신했다. 다음날 아침식사 때, 10년 만에 영통으로 이들을 다시 친구가 되었다. 유재석도 게스트가 친구를 찾아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저 이들이 다시 만날 인연이었겠지만 내가 다 뿌듯하다.

(4) 이 일은 모두가 맨 정신으로 눈 뜨고 코 베인 괘씸한 일화이다. 숙소가 만실로 거실 의자가 모자라다. 훈훈한 분위기로 다 같이 단체사진을 찍었고, 연이어 세상 못생긴 표정으로 모두가 열심히도 얼굴을 구겨 한 컷 찍었다. 다들 본인 얼굴 확인하고 깔깔깔. 아쉽지만 내일여행을 위해 거실 소등했고, 앨리스와 나는 자기 전에 얼굴 하나하나를 보며 웃을 터지는 중이다. 모두들 사람의 얼굴 형태를 벗어난 경지였다.

그런데 응? 뭐야?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이 사람의 얼굴. 아주 여유 있는 미소로 심지어 잘 나왔다. 다들 본인 얼굴 보느라 아무도 몰랐다. 지금이 글을 읽는데 심히 찔린다-싶으면, 맞어 너야. 우리 숙소 희대의 반전 사기극이었다. 아직도 사진 보면 괘씸해! 이렇게 인생을 한번 더 배운다.

(5) 프랑스에서 덜덜 떨다가 따수운 바르셀로나 볕에 반한 영지짱, 체크아웃 날 너무 아쉬워서 벤치에 앉아서 울다가 들어왔다고 한다. 귀여워. 잼 선물로 마지막 날까지 언니들에게 재미를 선물한 귀염둥이 게스트.

(6) 멕시코에서 파견근무 중이신 부부가 왔다. 체크인 안내엔 늘 강조하는 부분인 ‘소매치기’. 여느 때와 같이 강조 두 번 세 번 세뇌하듯 안내하였다.

“바르셀로나에는 소매치기가 정-말 많아요. 방심하는 순간, 바로 도둑에게 기부하시는 거예요!”

나의 호들갑에 부부가 너무나 온화한 미소로 답했다.

“멕시코에는 총기 사건이 정말 많아요.ㅎㅎ 동네 슈퍼마켓에 장 보러 갔다가 총을 들이밀어 있는 것 다 내어주었답니다.”

잠시 말을 잃었지만 곧바로 태세를 전환한 호스트는 답했다. 바르셀로나는 너무나도 안전하다고.

(7) 점심때 딩동, 저녁때도 딩동. 세상 자연스럽게 들어와 거실에서 다른 게스트들과 대화하고 있는 이 친구는 사실 며칠 전에 체크아웃했다. 동네 친구 집 마냥 심심하다며 우리 집에 커피 마시러 놀러 오는 조용하지만 변죽 좋은 친구다. 바셀에 힙한 카페가 많은 동네 정보를 물어왔다며 수다 떨던 친구이다.

나는 관계에 대해서는 정말 계산적인 사람이어서 나에게 편히 다가와주는 딱 그만큼만 나도 상대가 편하게 느껴진다. 먼저 마음을 많이 내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만큼, 나를 편히 생각해주었던 사람들이 참 고맙다.

 

메이 #24. 현실, 부정반 순응반

갑자기 등장한 불청객 ‘코로나바이러스’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이로 인해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우리는 지금 한국에 와있다.

시작은 바르셀로나 벙커에 벚꽃이 피고, 반팔을 입을 정도로 따뜻해졌을 즈음인가. 거실에선 여전히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데, 언제부터인가 ‘코로나’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저 맥주 이름으로만 친숙했고, 사스나 이름도 기억 안나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이 또한 지나가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야 백 명 넘었대…!” 한국에 확진자 수가 100명을 돌파했다. 살짝 이 사태의 심각성이 감지되었지만, 여기는 머나먼 스페인이니 괜찮겠지. 저러다 금세 사그라들겠지?

그러던 어느 날 손님들이 벙커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청소년들이 “꼬로나”라고 하며 손가락질하고 돌멩이를 던졌다고 한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으면 추었지, 돌팔매질이라니. 너무 충격적이다. 그러고 보니 집 앞 마트에서 자주 마주쳐서 반갑게 인사 나누던 할머니는 오늘 나를 보고는 스카프로 코와 입을 막았고, 기분 탓일까. 옆집사람들도 예전처럼 살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알다시피 상황은 더 악화되어 여러 도시들은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고, 겨울에도 쓰지 않았던 마스크는 동나고 값이 치솟았다.

다행히 우리는 한국으로 큰 일 없이 들어왔다. 우리의 심정은 그렇게 절망스럽지도 않고, 이 상황이 마냥 아무렇지 않지도 않다. 비율로도 순응 : 부정 = 1 : 1.

사실 우리는 오픈하자마자 쉴 새 없이 누나네를 운영했고 다소 지쳐있기도 했다. 때문에 처음으로 한국이 그리워졌을 때 들어오게 된 것이다.

나의 소울푸드 뼈해장국은 나의 입맛을 궁극으로 돋워 주었고, 오랜만에 만나게 된 가족과 친구들도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동시에 마음 한 편에서 씁쓸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고생은 했지만 생각보다 누나네가 쾌속 순항 중이었어서 그만큼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자고로 아쉬움이 다음 기회를 만들어주는 법이니, 이를 동력 삼아 우리는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누나둘, 시즌2]를 기약한다. 급 종결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이유는 솔직히 코로나 이야기를 길게 늘어뜨리고 싶지 않고 헤어짐은 짧아야 멋지기 때문이랄까.

 

메이 #25. 에필로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 소감

여행 별거 없다. 어디로 꼭 떠나야만 여행인가? 삶 자체가 여행이지. 하루가 될지 몇십 년이 될지도 모르고, 목적지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조차 모르겠는 나의 미완의 여정에서 바라는 것은 한 가지이다. 매일 꽃길이 펼쳐지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가시밭 길을 지날 때. 그 속에서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무언가를 꼭 발견해 낼 수 있기를. by 벨레 매거진

*지금까지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콘텐츠>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Prologue_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1_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2_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3_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4_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5_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6_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7_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8_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9_

타인의 취향을 엿보는 공간, <벨레 매거진>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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