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보물급 1만 3천여 점, 이건희 컬렉션의 행방은? – 벨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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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국보·보물급 1만 3천여 점, 이건희 컬렉션의 행방은?

DATE. 2021.03.17.

일명 ‘이건희 컬렉션’이 미술계 화제다. 약 1만 3천여 점으로 이루어진 이 컬렉션은 故이건희 삼성 회장이 생전 호암·리움 미술관을 세우면서 진행한 ‘국보 100점 수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삼성은 故이병철 회장 때부터 값비싼 미술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호암·리움미술관에는 약 150점의 국보급 미술품이 있다. 현재 총액 3~4조 원으로 세계적인 미술관을 열 수 있을 정도의 피카소, 모네, 이중섭 등 국내외 다양한 작품으로 채워진 미술작품 컬렉션이다.

최근 삼성은 미술품 상속세 납부를 위해 법무법인 김앤장에 프로젝트를 의뢰했다고 한다. 모두의 관심은 값비싼 작품들 만큼 비쌀 상속세에 쏠리고 있다.

호암 미술관
리움 미술관

현재 이건희 컬렉션 작품은 과거 록펠러 컬렉션*과 비교되고 있다. 록펠러 컬렉션 또한 수많은 작품이 5천억 원대의 가격으로 측정되었으나 실제로 경매를 진행한 뒤 두 배가 넘는 9천억 원으로 가격이 매겨져 놀라움을 샀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 또한 수많은 작품이 있고 소문으로는 3~4조 원에 육박하는, 개인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 작품들이 시장에 풀려 경매를 진행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삼성이 수조 원대 컬렉션을 팔아 상속세로 충당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 회장 주식에 대한 상속세액만 약 11조 400억 원 달한다고 한다. 삼성은 이 회장 별세 6개월이 되는 21년 4월 말까지 상속세를 신고해야 한다.

삼성 측에선 삼성문화재단 출연이나 국립중앙박물관·국립미술관 기증을 택할 수도 있고,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팔 가능성도 있다.

 

록펠러 컬렉션

2017년 3월 작고한 데이비드 록펠러는 미국의 첫 번째 억만장자였던 ‘석유왕’ 존 D. 록펠러(1839~1937) 손자로 그와 아내 페기 멕 그로쓰 록펠러는 문화예술 애호가이자 후원가였다.

가문의 소장품 1천550여 작품이 있으며 전체 추정가 5억 달러(원화 기준 약 5천억 원)였으나 9억 달러를 호가하는 단일 컬렉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이번 경매에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 거장들 작품뿐 아니라 조선시대 주칠장과 도자기, 소반 등 한국 고미술품 22점이 포함됐다

당시 경매 수익금 전액이 록펠러 부부가 후원했던 뉴욕 현대미술관(MoMA), 하버드대, 록펠러대 등에 기부되었다.

록펠러 부부가 소장했던 동상들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는 간송미술관 공개 경매

국내 최초, 최대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은 최근에 누적된 재정난으로 보물 두 점을 경매에 올려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간송미술관은 누적된 재정난이 심각했다.

스스로 간송의 유물을 지키는 ‘창고지기’를 자처하던 故간송 전형필 선생의 차남 전성우 전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8년 타계. 이로 인해 발생한 상속세와 수장고 신축, 기획전시 등으로 복합적인 재정난이 ‘보물’ 매각의 원인이었다.

국가지정 및 등록문화재는 수억 원의 가치가 있어도 상속세가 ‘0원’이며, 지난 2013년에 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 상당수 비지정 문화재를 출연했기에 유물로 인한 상속세는 많지 않다.

간송 집안의 ‘보물’이 경매에 나오자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국가기관이 매입하라’는 민원이 이어졌고, 문화재청은 국가기관이 사들일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엔 각 작품마다 15억씩 으로 가격이 매겨져 경매가 시작되었지만,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이 비공식 금액으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오른쪽)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 이미지 = 케이옥션

간송미술관이 소장품을 ‘공개’ 경매에 내놓은 까닭에 화제였을 뿐, 문화재를 경매 등을 통해 사고파는 것은 문제 될 일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보물 제1210호로 지정된 청량산괘불탱은 35억 2천만 원에 사립박물관을 운영하는 개인에게 팔렸다. 2012년 케이옥션에 출품된 보물 제585호의 서화첩인 ‘퇴우이선생진적첩’은 34억 원에 낙찰됐고 나중에 삼성문화재단이 수집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 모두 경매를 통해 경합이 이뤄져 고가에 팔렸다. 그래서 문제가 될 점은 딱히 없다. 국내 미술품은 해외 수요가 적고, 문화재 보호법 때문에 50년 이상 된 고미술은 해외 반출이 금지돼 있어 거의 국내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큰 반면, 서양 미술품은 해외에서 처분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국내 미술계 관계자들은 컨퍼런스 까지 열어가며 판매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

혹시나 삼성이 이를 매각하게 될 경우 국외로 반출될 수 있으며 예술·학술적 가치가 높으면 연구활동은 물론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권에 제약도 생긴다며 미술품·문화재 물납제*를 시행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미술품·문화재 물납제

현재 국내법상으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73조에 의해 물납 대상은 부동산과 유가증권(국채·주식)이며, 미술품·문화재는 제외돼 있다. 미술사에서도 손꼽히는 주요 작가의 대표작이 우리나라를 벗어나 위에서 우려한 대로 해외로 반출되는 것이 너무나 걱정인 것이다.

또한 작품 감정에 있어 도 큰 우려가 있다. 하지만 검증된 미술품은 희소성과 높은 수요 때문에 꾸준히 가격이 오르기에 금(金) 같은 대체투자형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아트바젤과 스위스 금융기업 UBS가 매년 발간하는 ‘미술시장 보고서’ 등에 따르면 자산가 중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의 들은 자산 포트폴리오의 15%를 미술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예술품과 디자인의 비중이 더 커지는 추세라고 한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부족한 세수를 충족하고 더 많은 세금납부를 위해서 법안 변경이 진행 중이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재·미술품 물납 도입이 뼈대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관계 부처와 효과적인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에는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린다. 최근 부쩍 관심을 받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장품의 경우 적용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진정한 가치와 그 향방은?

이건희 컬렉션은 그 크기와 규모에서 세계의 5대 미술관에 들어갈 정도로 엄청난 컬렉션들로 국내 국보 보물급 미술품 1천2백여 개와 서양 현대 미술 9백여 점이다. 특히나 해외 판매가 불가능한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9백여 점은 국외에서도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매우 높다.

교과서에서만 보고 듣던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고갱, 미로, 샤갈, 마티스 등 인상파·야수파·입체파 주요 작가 작품이 총망라돼 있다. 그중에서도 주요작은 모네 <수련>, 피카소 <도라 마르의 초상>, 샤갈 <신랑신부의 꽃다발> 등이다.

수련은 높이 1m, 폭 2m 정도. 대작은 아니지만, 등급 비슷한 작품이 2008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8천만 달러(약 890억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고가 작품이다.

<도라 마르의 초상화>는 피카소가 연인 도라 마르를 그린 그림. 피카소 연인 시리즈 중엔 귀한 작품으로 꼽힌다.

그 외에도 마크 로스코의 <무제> 등 수많은 작품이 존재한다. 특히나 앙리 마티즈는 본국인 프랑스보다 죽은 이 회장이 더 많은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네, 마그리트, 리히터… ‘이건희 초특급 컬렉션’에 해외 큰손이 움직인다

 

위 기사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번 컬렉션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탁월한 천재 한 명이 10만~20만 명 먹여 살린다’는 인재 경영 철학을 그림 소장에도 적용했어요. ‘그림도 머리(대표작)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세계 미술사에서 손꼽히는 주요 작가의 대표작이 한국 땅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미술품인데 해외로 나갈까 봐 걱정입니다.”(삼성가 미술품 소장에 정통한 미술 관계자 A씨)

“소장품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 놀랐습니다. 인상파부터 동시대 미술까지 주요 작가 작품이 풀세트로 있는 초일류 컬렉션. 감정하러 갔다가 오히려 미술 공부하고 왔어요. 돈 많다고 다들 그런 컬렉션을 갖는 게 아닙니다. 안목과 열정이 있었던 거지요. 작품들이 국내에 꼭 남아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유산이 돼야 합니다.”(감정 참여 미술 전문가 B씨)

“삼성은 팔기 위해 미술품을 수집한 적이 없고 유족도 상속 작품을 매각하기보다는 기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감정 참여 미술계 인사 C씨)

국보 제219호 청화백자 매죽문 항아리

 

국보 제216호 정선 필 인왕제색도
자코메티 – 거대한 여인
프란시스 베이컨 – 방 안에 있는 인물

 

위처럼 이건희 컬렉션의 가치는 미술분야에서도 크게 주목이 되는 컬렉션이고, 관련 분야에서는 금액적이나 물량적으로도 방대한 컬렉션 이기에 모든 이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 측에선 아직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술품을 안 팔자니 상속세 재원 마련이 걱정이고, 해외에 팔자니 주요 미술품을 왜 국외로 유출하느냐는 저항이 있을까 봐 고민이 길어지는 건 아닐까. 공공을 위한 결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컬렉션을 보고 즐길 수 있길 바란다는 사견을 덧붙이며 마친다. by 벨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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